이삐김밝은 2017. 3. 4. 23:16

 



,



김밝은



다가오지 않는 마음을 부르는 소리로 두꺼워지는 벽

 

이름 없는 입술이 초승달위에 묵음으로 얹히면

 

핏기 없는 어둠만이 달뜬 뺨을 비비고 가는 방

 

아침마다 정성껏 눈을 씻으며 바라봐도

 

여전히 초라한 일들이 일어나는 내일

 

또 지나간다

 

멋진 글자들로 잘 차려 입은 누군가의 책속에서는

 

짐작이 가지 않는 말 화려한 수식어들이 불어나기 시작한다

 

돌아가지도 않는 시계를 의무인 듯 차고

 

찐득한 땀에 절여져가는

 

간절한 ‘l’ 하나 만나지 못해

 

쓸쓸한 구석 어디쯤에서 쪼그라들어가고 있다



              『 시인수첩』 2017 봄호