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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스크랩] 나,라는 이상함/ 김경미

이삐김밝은 2013. 12. 23. 21:30

나,라는 이상함

 

   김경미

 

 

 

새소리가 싫은 것

잦은 이사와 기차는 좋지만

둥근 산책과 등산복이 싫은 것

가만히 있는 건 유리창처럼 근사한 일

유리창 옆에 혼자 있는 건

산꼭대기 구름처럼 높은 일

 

독시체르* 같은 이름

어딘지 지독한 느낌

말하지 않고도 말하는 그 악기의

손자국 같은 부푼 뺨

슬픔에 담갔다 꺼낸 것들은 안심이 된다

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이들은

무조건 믿을 만하다

 

양말을 한쪽만 신는 것

2개는 너무 많거나 아프리카처럼 너무 뜨겁다

높은 굽이 좋은 것

땅과 알맞게 떨어져 걸어야 애정도 생긴다

죄와 벌쯤이어도 괜찮다

나뭇잎들의 성격은 해마다 4개쯤이고

망치와 못 틈에 끼인 내 성격은

오늘의 7개에서 내일은 2개로 줄었다가

3개로 버려 지금은 마이너스다

당신은 몇 개를 발휘하고 몇 개를 휘발시켰는지

 

이 행복이 다 실패지 뭐겠는가 포기하다가도

사실 더 이상한 존재가 있으니

배와 비행기이다

어디든 가고 싶다고

쇳덩이가

물 위를 걷고 허공을 날다니

 

더 이상한 존재는 물고기들

물속에서 익사하지 않다니

 

다들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

나만 빼놓고 다들 지독하다니!

알약은 절대 못 삼켜

사람도 가루를 내야만 먹는 나인데

 

 

  ————

  * 티모페이 독시쩨르Timofei Dokshitser(1921~2004): 우크라이나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.

 

 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—《창작과비평》2013년 가을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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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경미 / 1959년 경기 부천 출생. 1983년 〈중앙일보〉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. 시집 『이기적인 슬픔들을 위하여』『쉿, 나의 세컨드는』『고통을 달래는 순서』등.

출처 : 푸른 시의 방
글쓴이 : 강인한 원글보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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